내가 뭘 잘못했는지
나를 밟고 가네요
내가 다 잘못했으니
그러니 이제 나를 좀 놔줘요
검은 그림자들 사이 속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어떤 이의 눈에 들어온 후에
내리던 비가 멈추고 말았지
나는 더 큰 지렁이 되어서
좀 더 빠른 걸음을 할 거야
더 이상은 밟히지 않으려
애를 쓰는 그런 내가 아녜요
이제는 나 알고 있어요
작고 약하다는 걸
끝내 난 잃어버렸죠
내 모든 것을 내 숨결마저도
어느 마음속 깊숙이 자리했던
말 못 했던 지난 아픔들이
너의 그림자에 밟히고 나면
세상 밖으로 비춰지고 말겠지
나는 더 큰 지렁이 되어서
좀 더 빠른 걸음을 할 거야
더 이상은 밟히지 않으려
애를 쓰는 그런 내가 아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