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구석 쪼그리고 앉아
고개 숙인 채로 숨을 뱉고 있어
천천히 내려가 아득히 아득히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아무것도 없어 덩어리만 남아
천천히 썩어가 아득히 아득히
어릴 땐 모두가 한심하게 보였어
거기서 거기 똑같은 삶
1호선 지하철 몸을 쑤셔 넣어
억지로 억지로 같은 레일에 올라
같은 방향 똑같은 풍경
같은 표정 똑같은 인생
괜찮아 우리는 비겁한 게 아냐
서로 위로하며 같은 레일에 올라
그렇게 흘러가 똑같이 흘러가
아무도 모르게 아득히 아득히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눈 앞에 남은 건 깜박이는 커서
천천히 내려가 아득히 아득히
쓰고 싶은 것도 쓸 수 있는 것도
나는 이제 없어 껍데기만 남아
조용히 금이 가 천천히 부서져
나는 달라 완전 근본부터 달라
깔아놓은 길은 니들끼리 즐겨
나는 간다 나의 Original Route
비웃어도 좋아 나도 비웃을 테니
같은 사랑 똑같은 계산
같은 성공 똑같은 자랑
나는 간다 레일 밖의 고원으로
표식 하나 없는 광망한 사막으로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것일까
나는 이제 없어 껍데기만 남아
조용히 금이 가
천천히 부서져
바닥에 쌓여가
바람에 흩어져
저 멀리 아득히
저 멀리 아득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