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시간을 붙잡아 둘 순 없겠지
이 세상은 날 기다려주기엔 너무나 바쁘니까
어디까지나 내 욕심이란 걸 알면서도
이 순간은 모든 것에 무감각해져
또 한 번의 발걸음을 내딛는 게 두려워서
멀어질수록 기억에서 잊혀질까 그게 싫어서
반짝이는 저 별들을 등 뒤로 세우고선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었어
지난날은 추억으로 남기라는 말들
난 모든 기억들을 손에 꼭 쥐고서
천천히, 또 조용히 내 맘이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서 놔버렸던 당신은
언젠가 푸르던 날에 빛바랜 어둠이 드리울 때
지난날을 되새기면서 나를 기억해 주기를
인생이라는 짧은 영화 속에서 널 만났던 일은
수많은 필름 중에서도 가장 닳은 하나란 걸
같은 곳을 향해 불어오던 그 바람은
흩날리던 꽃잎에 잠시 눈이 멀어
천천히, 또 조용히 내 맘이 눈치채지 않도록
서서히 멎어가고 있었어
언젠가 푸르던 날에 빛바랜 어둠이 드리웠지
내게 다가올 미래들을 참 많이 두려워하며
인생이라는 짧은 영화 속에서 널 만났던 일은
수많은 페이지 중에서 가장 첫 번째라는 걸
다시 마주치고
또 지나치고
널 기억하고
더 사랑하며
참 오래도록 고민했던 그 길을
이젠 지나가려 해
이 페이지가 막을 내릴 때쯤
지나친 바람이 네게 닿을 때쯤
날 기억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