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것

오늘
앨범 : 어서오세요, 고양이 식당입니다 4
작사 : 오늘
작곡 : Mate Chocolate
대장은 멀뚱히 서 있는
나를 대신해 입간판을
접어 가게 안으로 가지고 왔어요.
“대장, 저는 괜찮은 알바생이었죠?”
“아직 괜찮은 알바생입니다만.”
뜬금없는 내 질문에 평소와
다름없이 무심하게 대장이 대답했어요.
가게 일도 좋았지만, 사실 나는
집고양이에요. 좀 더 포근한 잠자리와
고요한 창가가 필요했죠.
수다스럽지 않은 인간의 말소리와
등을 쓰다듬는 손길,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발소리 같은 것.
모든 걸 다 아는 대장이
그걸 몰랐을 리 없어요.
“오늘은 남은 재료를 다 소진했으니,
그냥 이걸로 식사를 대신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장은 츄르를 내밀었어요.
“좋아요!”
나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어요.
바보 같은 인간이 가져간 숲고등어를
어설프게 태워 먹지 않길 바라면서요.
만약 생선을 잘 굽지 못한다면
다음에 내가 갈 땐 할머니처럼
껍질이 바삭거리도록
잘 구워진 고등어를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대장, 전 대장이 진짜 좋아요!”
아직 인간을 두 번 더 지켜봐야 하고,
고양이들의 만남과 헤어짐에
눈물 같은 건 어울리지 않으니까
나는 할 수 있는 만큼 활짝 웃었어요.
우린 아주 멋진 고양이니까,
제법 근사한 이별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대장은 무표정이었지만 긴 수염이
씰룩거리는 것까진 숨기지 못했어요.
내 꼬리도, 대장의 수염도,
거짓말은 못 한다니까요.
오늘은 모처럼 단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고양이 식당에 처음 왔던 그날처럼요.
어쩌면 할머니가 꿈에 나와 줄지도
모르겠어요. 할머니라면 분명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테니까요.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어쩌면 오늘 만난 그 인간도요.
처음 그날처럼,
바구니에 들어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깊은 잠을 잘 거예요.
솜털처럼 포근하고
오월의 햇살처럼 따뜻한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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