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異緣)

장혜진
가만히 숨죽이고 그대가 아닐까

작은 소리도 귀를 기울여 봐요

서둘러 오는 걸음 재촉할 그대라고

나를 속이며 기다리죠

하루가 또 가네요 솟는 그리움에

입을 틀어막아도 눈물이 새죠

다 거짓말 처럼 모두 없었던 일처럼

그대의 기억까지도 잊을 거라 다짐해도

한숨을 돌리고 또 돌아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대의 이름을 부르죠

거울을 바라보면 내가 그대 같아

나도 모르게 안부를 전하다가

다시는 오지 않을 그대를 깨닫고서

아픈 가슴을 끌어내죠

시간이 멈추네요 그대가 없는 난

버텨 살아도 더는 다를 게 없죠

다 거짓말 처럼 모두 없었던 일처럼

그대의 기억까지도 잊을 거라 다짐해도

한숨을 돌리고 또 돌아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대의 이름을 부르죠

이러면 안 된다고 또 내가 나를 멈추려 해도

내 말을 듣지 않아 이젠 어쩌죠

그리움에 목이 말라도 터질 듯 숨이 막혀도

그대가 아니면 사랑도 없죠

나 손을 내밀면 그대가 닿을 것 같아

떼쓰고 울먹이지만 그댄 모르는 척 하죠

나 아닌 누구를 사랑하고 나를 잊고 산다 해도

여전히 그대를 부르죠 눈물이 그대를 부르죠

눈물로 그대를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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