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옷

이고도
집을 이루는 모양새
나를 품어주는 지붕
아래 사람들
창문에 기대어 있는 물건들
사람을 이루는 글자 사이에
싫어하는 마음들
깜빡하며 지나가고
사랑하는 사람들
시름
시름
숨을 쉬고
숨을 쉰다




비스듬하게 줄지어 선
지난 울음소리 아래
살 부대끼며
지붕을 나란히 받치고 산다
살갑던 눈빛이 사나운 눈빛도 되고 한다
싫어하는 마음들
깜빡하며 지나가고
사랑하는 사람들
시름
시름
숨을 쉬고
숨을 쉰다




쌀밥 같은 얼굴로 나를 반겨주던
미운 손을 모르던 난
철이 없었네
눈부시게 깨끗한 옷을 걸치고서도 나는
얼마나 하찮은 사람이던가
울고 웃던
얼굴들은
지고 가는 것에 익숙해
약속처럼 저무네
닳고 누른 그 마음으로
나와 너를 이루는 글자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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