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그림자가 떨어져 내려오면
그들은 소리치지 그들의 세상이지
가냘픈 연기 속에 산산이 부서지는
내일을 바라보며 내 꿈을 바라보며
새카만 하늘 아래 넌 어디로 돌아갈래
그 어색한 침묵 아래 그 곳으로 난 돌아갈래
모두의 머리 위에 펄럭이는 저 깃발을 봐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여기가 나의 자리인가
대지 위를 떠도는 유령
하늘 위엔 딱딱한 별빛
계단에 올라서면 그들이 기다리지
난간에 기대서서 더럽게 웃으면서
진찰을 시작하지 심문을 시작하지
고개를 젓는 내게 그들은 경고하지
너 여기가 어디냐고 너 미친 거 아니냐고
볼 것 없어 그만 나가봐 여긴 너의 장소가 아냐
기회는 공평한 거야 모두 너의 잘못이야 이봐
펄럭이는 저 깃발을 봐 아름다운 모두의 희망
그들이 가진 네모난 액자엔
나의 사진이 들어있질 않아
가슴 속을 찌르는 비수
의심 속을 헤매는 눈길
눈길 속에 파묻힌 죽음
내 죽음과 그들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