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조그만 골목길에는
차가운 바람이 휭하니 지나갑니다.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던 제 기억속의
한 소녀가 생각이 난답니다.
까만 두눈가엔 눈물이
금방 터질 것같은 그런 소녀였죠.
그리고 커다란 털코트에
파묻힌 자그마한 모습은
마치 동화속의 무지개를
따라가는 꿈많은 소녀같았죠.
누구라도 자그마한
그 소녀를 사랑할 것같은
포근한 느낌을 주는 그런 소녀였죠.
저는 이따금 그 소녀에 대한
아득한 기억속에서
좁다란 골목길에 혼자 서 있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옷깃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소리는
나의 두 손마저 텅 빈 주머니 안에서
꽁꽁 얼려버린답니다.
휘청거리는 제 모습을 비쳐주는
전봇대의 그 불빛마저도
그녀와의 애듯한
슬픈 약속을 잊으라는 듯,
쓸쓸한 골목길에서 둘만의
작은 비밀을 지워버리라는 듯,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한답니다.
오늘도 나는 골목길에
우두커니 앉아서
그 소녀와의 슬픈 약속을 회상하며
먼 밤하늘만 쳐다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