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 마을에 최진사댁에 딸이 셋 있는데
그 중에서도 세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던데
아따 그 양반 호랑이라고 소문이 나서
먹쇠도 얼굴 한 번 밤쇠도 얼굴 한 번 못봤다네요
그렇다면 내가 최진사 만나뵙고 넙쭉 절하고
아래 마을 사는 칠복이 놈이라고 말씀 드리고 나서
염체없지만 셋째 따님을 사랑하오니
사위감 없으시면 이 몸이 어떠냐고 졸라 봐야지
다음 날 아침 용기를 내서 뛰어갔더니만
먹쇠란 놈이 눈물 흘리며 엉금엉금 기면서
아침 일찍이 최진사댁의 문을 두드리니
얘기도 꺼내기 전 볼기만 맞았다고 넋두리 하네
아이구 아야~
그렇지만 나는 대문을 활짝 열고 뛰어 들어가
요즘 보기 드문 사윗감 왔노라고 말씀 드리고 나서
육간대청에 무릎 꿇고서 머릴 조아리니
최진사 호탕하게 껄껄껄 웃으시며 좋아 하셨네
으허허허하하하
웃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고개 들어보니
최진사 양반 보이지 않고 구경꾼만 모였네
아차 이제는 틀렷구나 하고 일어서려니까
셋째 딸 사뿐사뿐 내게로 걸어와서 절을 하네요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을시구 땡이로구나
천하의 호랑이 최진사 사위되고 예쁜 색시 얻으니
먹쇠란 놈도 밤쇠란 놈도 나를 보면은
일곱개 복 중에서 한 개가 맞았다고 놀려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