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코)
퇴근하는 길에 한쪽눈을 구기며
허름한 와이셔츠에 단추를 풀어내
집으로 향하는 발길에 조금 돌려 한강변으로
쓸쓸히 피곤해진 발을 풀어내
앙상해진 내 손목을 바라봐
거의다 아물어진 동맥의 흉터
늦가을 바람에 어깨를 조금 털어
툭 튀어나온 광대뼈를 손으로 훑어
친구도 잃었지 사랑도 잃었지
원대한 꿈따위는 잠시 뒤로 미뤘지
시간은 처음부터 나를 기다리지 않았지
(단한번 여유도 내게 허락하지 않았지)
세상의 천재들을 모독하고 난 왜 이모양일까
부모님을 원망하고
또 감사하고 또 원망하고
또 감사하고 또 원망하고
내가 숨이 끊어졌을때 날 위해 울어줄 사람
열 손가락도 채 안되는 것 같애
순간의 위로가 담배와 술이라는게
멋지게 느껴졌다가도 참 엿같애
세상에 나혼자라는 생각이 맴돌아서
소름끼치게 눈물겨워져
누가 날 잡아줬으면 해 어지럽네
나 지금 저 강물에 떠내려갈 것같애
이제 널 놓아줄때인것같아 이젠 보내줄게 널 보내줄게
이제 널 보내줄때인것같아 이젠 보내줄께 널 보내줄께
잘가 세상아 이젠 보내줄게 널 보내줄게
잘가 세상아 이젠 보내줄게 널 보내줄게
최자)
포기에 또 포기 패배에 또 패배
지는 일에 너무 익숙해 진 것 같아
무너지는 각오 계속되는 낙오
오 모두에게 나는 짐인것같아
청춘은 계속 달아나 나를 버리고
두려움은 계속 자라나 나이를 먹이고
창을 열어도 속이 답답해
공기조차 나를 미워하는것 같아
실패한 사랑에 날카로운 파편은
폐에 박혀 숨쉴때마다 날 찔러
믿었던 사람에 데인 기억은
칼이 되서 날 위협해 방구석으로 밀어
상처가 무서워서 만남은 두려워
외로움이 두려워서 혼자는 무서워
이토록 고독한 인생이 난 싫어
내겐 빌어먹을 하루조차 길어
이젠 난 너무 지쳤어
한계라는 벽에 많이 부딪쳤어
세상에 폐만 끼쳤어
떳떳하게 살아보려고 나 많이 노력했지만
맨 정신으로 숨쉬기도 어려워져서
결정했어 지독하게 술에 절었어
삶에 끝에 몸을 던졌어
심장이 멎을만큼 세게 부딪쳤어
이제 널 놓아줄때인것같아 이젠 보내줄게 널 보내줄게
이제 널 보내줄때인것같아 이젠 보내줄께 널 보내줄께
잘가 세상아 이젠 보내줄게 널 보내줄게
잘가 세상아 이젠 보내줄게 널 보내줄게
최자)
지독한 꿈을 꿨어 견딜수없이 긴 꿈속에서
난 관속에 갇힌 시체였어
아무리 소리지르고 발버둥쳐봐도
어둠속에서 난 벗어날수없었어
그리고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하면서
기억들도 하나둘씩 지워졌어
점점 흐려졌어 무서워졌어
갑자기 내가 지워지는게 두려워졌어
개코)
정신이 번쩍들고 몸이 소스라쳤어
갈증은 심해지고 허린 구부러졌어
살아야겠다는 희미했던 의지가
다시 너울 속 파도처럼 거세게 몰아 치면서
생과 사 사이의 저울질
(균형은 깨졌어 난 숨을 퍼붓지)
악착같은 생의 의지는 아니더라도
숨을 거두기는 싫어 다시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