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채색이 돼버린 우리는

안희수
고요히 끝이 오는 걸 보네

모르겠어 난 어디서 네 손을 놓쳤었는지
욕심 속에 갇혀 너를 집어삼켰는지도 몰라

내 마음은 늘 너보다 먼발치 앞서있었고
오랜 일기 속의 우리들은 존재하지 않았지

자연스레 비밀이 늘어나
무채색이 돼버린 우리는
이대로 더는 손쓸 수도 없이
고요히 끝이 오는 걸 보네

또렷하던 너는 녹아버렸지
행여 사라질까 두려웠었어
그저 멀리서 널 기다렸었지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자연스레 비밀이 늘어나
무채색이 돼버린 우리는
이대로 더는 손쓸 수도 없이
고요히 끝이 오는 걸 보네

자연스레 거짓이 늘어나
껍데기만 남게 된 우리는
미워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아
고요히 끝이 오는 걸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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