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본 것은 1950년 겨울
그날 전까지는 함경 나남부터 두만강 푸른 회령에 살았대
홀어머니 옷깃 꼭 잡고 남한 땅을 돌고 또 돌아
볕이 좋은 순천까지 내려와 선생님 되었다 하네
혹시 그녀 이름을 물어보는 사람 있거든
아무 말 없이 손을 들어 입을 가리며 조용히 웃어요
병든 그때 이후로 그녀 혼자 걷지 못했네
신랑 손을 잡고 불안불안 하게 동네 산책만 몇 십 년 했다지
평생 모은 돈은 홀라당 자식새끼 모두 바치고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아들 딸 보면 웃었네
누가 그녀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본다면
이미 모든 걸 보냈단다, 5월 어느 날 눈부신 햇살에
너무 많은 걸 알려 마라, 그녀 이름은 함경도 혜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