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로

고우림
힘없이 창에 비친 누군가
날 보는 저 사람은 누굴까
몇 번을 물어봐도
내 입술만 따라 할 뿐
슬픈 듯 알 수 없는 미소만
욕망이 밟고 있는 내 그림자
세상 끝 외줄에 선 삐에로
운명의 줄을 타듯
거친 숨에 흔들리듯
절망과 바꿔버린 내 모습
불같던 사랑 달콤한 인생
눈물에 쓸려 흔적조차 희미해
저기 지나온 발자욱 따라 걸으면
쓸쓸히 아직도 남아있는 두 발자욱
밤은 또 지나가고 또 밤이
밤새워 기다려도 또 밤이
어둠이 삼켜버린
지난 뜨겁던 그 사랑은
가슴에 살아나듯 뛰는데
남기고 가자 미련은 두고
버리고 가자 나 아닌 그림자까지
저기 남겨진 발자욱 따라 걸으면
그립고 그립던 그 사랑을 찾게 될까

저기 들판에 들꽃도 지고 피듯이
그립던 그 사랑 그 자리에 다시 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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