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세상 잠든후부터

이선희
밤새 눈이 내려 왔죠. 온 세상 잠든 후부터
슬픈 내 맘도 모른 체 아침은 오겠죠.
창문 소리 없이 열면 스미는 차가운 바람
흰 눈 아름답게 쌓인 나무 위 겨울 하늘
그대 등 뒤로 다가와 한참을 안고 있다가
아무 인사도 없이 문밖을 나서네요.
이젠 모두 끝나게 된 거죠 아직 난 여기에 있는데
그대에게 보일 수 없었던 아픔은 아직 그대론데
참 많이 힘들 것 같네요 이렇게 떠나보내니
그댈 잃어버린 아침 나 혼자 남았죠.

떠나버린 그대 발자욱이 눈 위로 하나씩 새겨져
바라보는 두 눈을 조금씩 흐리게 만들어 버렸죠.
저 겨울의 끝으로 그대는 이미 사라져
끝내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말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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