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

지진석
우리 괜찮은 척
애써 담담한 척
이젠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자
우리 자주 걷던
그 길가에 서서
서로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자
우리 같이 거닐던
자주 가던 그 골목
이젠 변해가
마주하던 그 약속
그 자린 그대론데
이젠 사라져가
애써 괜찮은 척
모든 게 다 꿈처럼
우리 사이도 점점
계절처럼 변해져가
애써 담담한 척
우린 이렇게 제자리로
너의 향기가 맴돌아도
난 괜찮은 척
그냥 괜찮은 척
새벽 공기에 취해
잠이 오질 않아
너의 기억들에 자꾸 스며가
오늘 밤이 너무 길어
이제 아침이 밝아올 차례
우린 이렇게도 쉽게
너무나도 빨리 멀어져
쉽게 녹아버린 눈처럼
이젠 사라져가
애써 괜찮은 척
모든 게 다 꿈처럼
우리 사이도 점점
계절처럼 변해져가
애써 담담한 척
우린 이렇게 제자리로
너의 향기가 맴돌아도
난 괜찮은 척
그냥 괜찮은 척
네가 보이지 않는 하루가
의미 없는 시간 속에
날 가두네
하루하루 지나
열두 달이 지나면
다시 봄이 오듯 그렇게
제자리로
너는 괜찮은지
아무 일 없는 건지
따뜻했던 기억에
울고 있진 않은 건지
내 맘 들리는지
너의 이름 불러봐
혹시 거짓말처럼 말야
다 없었던 일처럼
그냥 없었던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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