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문득

섬의 편지
꽤 깊은 밤인 것 같아요
나만 홀로 뒤척이며 깨어있는데
낯선 이곳이 아직 어려운 건지
멀어진 시차는 이젠 익숙해졌는데
그러다
문득 문득 생각이 나요
우리 처음 만났던
4월의 그 오후도
매일 실 없이 웃기만 하던 날
그 모든 게 전부라 생각했던 시절도
늘 그렇듯 같은 하루를 보낼 때
잠을 자다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다
날 누르는 보이지 않는 외로움에
나조차도 놀라버리곤 하죠
그러다
문득 문득 생각이 나요
서울의 밤을 보며
함께 듣던 음악도
수줍게 내 꿈을 이야기하던 날
반짝이는 눈으로 웃어 보이던 너
그러다
문득 문득 생각이 나요
내 맘 같지 않았던
그 모질었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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