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나라의 앨리스

소낙별 (SoNakByul)
새파란 치맛단을 휘날리며
책장을 또박또박 뛰쳐 나가
제멋대로 불시착한 여기는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바쁜 곳
어디서 찍어낸 듯
똑같은 표정들로 특별한
하루의 모서리를 갈아
보통을 살아내네
그리 멋지지도 추하지도 않은
신세계 생동감이라곤
하나 없는 흑백의 색에
그리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에 난 점점 체온을 잃어가네
숨 막히는 사람들 숲 속에서 벗어나
살금살금 도망가려다
감출 수 없는 새파란 치맛단에
난 그만 붙잡히고 말았네
그리 멋지지도 추하지도 않은 신세계
생동감이라곤 하나 없는 흑백의 색에
그리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에
난 점점 체온을 잃어가네
여긴 꿈 따위도 색 따위도 없는 신세계
색을 가진 채 눈에 띄는 건 죄악이라네
다름을 살기엔 사치스럽기에
매도하는 편이 나으니까
색깔은 그림자 개성은 몰개성
상상은 허상일 뿐이니까
그리 우습지도 딱하지도 않은 신세계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은 풍경들에
온통 흑백으로 인쇄된 현실을 등지고
다시 책장으로 몸을 던지네
그리 멋지지도 추하지도 않은 신세계
생동감이라곤 하나 없는 흑백의 색에
그리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온도에
난 점점 체온을 잃어가네
다시 책장으로 몸을 던지네
난 점점 체온을 잃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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