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히 개어진 색색의 옷들을
힘없이 손끝으로 긁어내리다
자욱한 먼지 쌓인 소라 빛 옷 아래
감춰둔 내 기억을 스친다
하얀 방 안은 불을
켜뒀는지 아니었는지
난 느리게 고개를 돌리다
마주친 거울 속 시커먼
내게 말을 거네
살아내줘
나에게 말을 건네고
표정 없는 내
얼굴을 괜히 만져도 보고
시계 소리 남은 방
길 잃은 외로움이
말을 거네
하 아
색깔 없는
같은 하루가 가네
견뎌내줘
또 내게 말을 건네고
표정 없는 내
얼굴을 다시 만져도 보고
시계 소리 남은 방
거울 속 내게 다시
말을 거네
하 아
깊은 어둠 속에서
서러워 눈물이 나도
살아줘
나를 견뎌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