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라 부르리까 풀이라 이름할까 억새라고 그냥 뒷말을 잇지 못한다
논 밭둑 개천가 산등성이 어디든지 잘 낳고 자라 살아가는
억새 꽃아 억새풀아
칼날의 너의 손이 이슬을 쪼개서 부드러운 꽃술로 세상에 뿌려질 때
꽃처럼 화사하고 불타는 정열의 단풍이 아니라도 좋다
억새꽃아 억새풀아
쓸쓸한 가을을 슬기롭게 보내고
사나운 겨울을 이겨 날 수 있었다
사철을 배부르고 고요하게 살아가는
그 이름을 불러본다
억새꽃아 억새풀아
우린 너를 사랑한다 아 아
억새꽃아 억새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