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난 내가 얻어야 할 것들을 저절로 얻게 되고
진정으로 내가 원했던
그것들에게서 조금씩 멀어짐을
하루 하루 확인하면서
어릴 적 꿈들에게서 천천히 멀어져 가
단지 세월의 힘으로
내게 충성하게 된 그 녀석들에게
어젯밤 술이 덜 깬 눈빛
악취를 풍기며 조용히 물어 봐
어디 짱 박힐 데 없냐고
차라리 나에게 총과 실탄을 다오
무기력한 이 젊음을 겨냥하고
마침내 과녁이 찬란히 부서질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단지 조국의 힘만이 나를 떠밀고 있어 개처럼 살라고
죽어서도 이 땅의 거름이 되는 거라고 가르치고 있어
나도 피할 순 없겠지
차라리 나에게 총과 실탄을 다오
무기력한 이 젊음을 겨냥하고
마침내 과녁이 찬란히 부서질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세계와 우주를 꿈 꾸던 소년은 이제
남한의 신용불량자
나만의 잘못은 아니야
그래도 갚아주겠어 쪽팔리니까
언젠가는 나 역시 다 받아들이겠지
나만 혼자 살 수는 없으니까
모두들 다 그렇게 살다가 죽어갔대
그저 이 땅에 살아 남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