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시인: 이병기)
장유진
앨범 : 명곡으로 수놓은 명시에의 초대 18
♣ 비
- 이 병 기 시
짐을
메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
어둔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 더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메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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