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 신 (肉身)
-정공채 시
적빈(赤貧)한 아내의 뺨을 때리고 나선
아침의 바닷가
등신대를 넘치며 불어오는 아량(雅量)의 바람은
전신 가득히
붉은 부끄러움을 쑤셔 넣는다.
바닷가로 나오길 잘했다.
아내의 시정(市井)은 아직도 시끄러울 것이다!
고적(孤寂)의 그림자 하날 데리고
비틀거리며,
조용히
해변에서 울고 있다
자유의 바닷가를
한 마리 비스듬히 옆으로만 달리는
방종의 게
당신을 잘못 이끌며
맴돌고만 있는 소심한 생활,
저 망망한 대양을 눈앞에 두고서도
겨우겨우 소금냄새만 쐬고 있는
잔소리 많은 모래톱의 저변(底邊), 아픈 생활.
대해를 두고 살아도
비말(飛沫)이나 둘러쓰는 바닷가의 처지에
두 눈을 아래로 내려라
손발을 치켜 들 자랑도 없다.
방종의 옆걸음에
따라오는 처자식만 고달프게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