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비타령

임석재
15. 한선비타령

1968년 8월 4일 / 경남 남해군 서면 윷개마을
임부근, 여 41세

이 노래는 남해군 서면 윷개출신인 임부근씨가 부른 노래입니다. 신랑이 장가를 들어 색씨집에 가는데 여러 번 이상한 흉사가 나옵니다. 그래서 장가길을 그만 두고 다른 날로 하자고 해도 부득부득 우기고 갔는데 가자마자 숨이 넘어가 색씨가 과부가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신랑의 얼굴도 채 보지 못하고 과부가 되었으니 자기는 처녀과부다라는 내용이지요.
이런 내용은 함경도 함흥지방의 망묵굿에 나오는 도량축원과 아주 비슷합니다. 도량축원 역시 도량선비라는 사람이 여러가지 흉조에도 불구하고 장가를 들었는데, 혼례식도 제대로 못치루고 인사불성이 되어 그만 죽었어요. 색씨가 청천각시인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남편을 보겠다고 사흘 밤낮을 우니 옥황상제가 그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시험을 합니다. 겨울 날 석자 세치 땅을 파고 거기에 물을 가득 넣고 옷을 벗고 들어가 사흘동안 기도허면 도량선비를 볼 것이다 하여 그대로 하니 남편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쫓아가니 어느새 사라졌지요. 열손가락에 기름을 묻혀 불에 태우면 도량선비를 볼 것이다. 머리카락을 다 뽑아서 삼천자 길이로 마디마디 맺어서 하나는 이쪽 절기둥에 매고 또 하나는 남산 꼭대기 소나무에 매가지고 거기에다가 손바닥에 구멍을 뚫어 양손을 머리카락으로 된 줄에다가 넣어서 오르락 내리락 삼천번을 하면 도량선비를 볼 것이다. 하루 아침에 삼을 심어 가꾸어 베어서 찌고 삼실을 만들어 베를 짜서 몇 필을 짜면 도량선비를 볼 것이다. 다 했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는 것은 잠깐 뿐이었어요. 마지막으로 험한 고개의 길을 닦으면 도량선비를 볼 것이다. 해서 길을 닦아 나가는데 저 아래에서부터 길을 닦아오는 남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가 바로 도량선비여서 여기서 살림을 하자 하고 다리를 건너가는데 그만 도량선비는 물 속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승으로 가고 청천각시는 다리 위에서 그리워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노래내용으로 미루어볼 때 청천각시는 이승을 담당하는 신이고 도량선비는 저승을 맡아보는 신으로써 두 남녀가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도량축원에 비해 내용이 단순하지만 역시 아주 슬픈 노래지요.

하동땅의 한선부가 밀양땅의 박씨 집안에 중신 걸어
중신 간 석삼년만에 날로 받아 상날 받고
덜로 받어 상달받고
앞집이가 구압 보니 구압에도 몬갈 장개
뒷집이가 책력 보니 책력에도 몬갈 장개
그러나 따나 가본다고 말 우에도 서른이요
말 밑에도 서른이요 장개질로 가니라니
한 모리로 돌아가니 깐치 새끼가 째작째작
아부지 저것 보소 저것도 마적이요
산짐성이 머를 안가
한 모리를 돌아가니 뱀이 새끼가 질 건넌다
아부지 저것 보소 저것도 마적이요
산짐성이 어데 안가
그러나 따나 가본다고 신부 살방 들어가니
신랑 말이 넘어가네 아릿방에 큰큰아가
어서 바삐 뛰어나와 신랑 머리나 짚어주게
단장하던 그 처녀는 단장은 제쳐두고
보선발로 뛰어나와 신랑 머리나 짚어주게
단장하던 그 처녀는 단장은 제쳐두고
보선발로 뛰어나와 함박 쪽박 물밥 허소
선반끝에 큰칼 내서 머리나 한번 넹게보세
한번을 넹기보니 허리 아래 숨이 없네
두번을 넹기보니 허리 우에 숨이 없네
삼세번을 넹기보니 영우 가구 막죽 갔네
다만 임 줄라고 지은 밥은 사자밥으로 돌려시오
이바지수 해놓은 거는 상두꾼으로 돌려시소
담 안에라 구경꾼아 담 밖에라 구경꾼아
청애 안준도 시삼춘아
소년과부를 짓지를 말고 중년에 과부도 짓지말고
지어주소 지어주소 처녀과부로 지어주게
처녀과부 지어끼니 늬 머리나 풀어줘라
지가 언제 날 봤다구 삼단걸은 이내 머리
구름발 같이도 풀릴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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