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심 있는 춘향모 도련님 말문를 열리난디
"귀중허신 도련님이 이 누지 (陋地)에 오셨는디
무엇을 대접하오리까?"
그제야 도련님 말 궁기가 열려
"오날 내가 찾아온 뜻은
수일전 소풍차로 광한루 구경갔다
늙은이 딸 춘향이가 추천하는 거동을 보고
내 마음 산란하야 의논코자 왔으나
늙은이 뜻이 어떨런지?"
"무슨 말씀이오신지요?"
"춘향과 백년가약 (百年佳約)함이 어떨런지?"
춘향모 이 말 듣고 말씀은 감격하오나
"나의 말을 듣조시오 내 나이 젊었을 제
회동 성참판 영감께서 남원부사로 오셨을 제
일색명기 (一色名妓) 다 버리고
소리개를 매로 보았던지
나를 수청 (守廳)케 하옵시니
모신지 수삭 (數朔)만에 천만의외에 잉태하야
십삭 (十朔)이 다 못되어
이조참판 (吏曺參判)으로 승차 (陞差)하신 후
낳은게 춘향을 낳어 그 연유를 고백하였더니
젖줄 뗄만허면 다려간다 하시더니
그 댁 운수 불길하여 영감께서 별세 (別世)하신 후에
춘향을 못 보내고 나 혼자 기를 적에
제 근본 (根本)이 있난고로 만사가 달통이라
누가 내 딸이라 하오리까
저와 같은 배필 (配匹)을 얻자헌들
상하사불급 (上下寺不及)이라
주야 (晝夜) 걱정이 되오나
도련님은 사대부요 탐화봉접 (探花蜂蝶)으로
잠깐 보고 버리시면 청춘백발 두 목숨이
사생 (死生)이 가련하니
그런 말씀 마옵시고 잠깐 노시다나 가옵소서"
"늙은이 말은 그리 헐 법 허나
장부 (丈夫)가 일구이언 (一口二言) 할 리 있나
불충불효 하기 전에 저 버리지 안할 것 이니
허락하여 주소"
춘향모 간밤에 몽조 (夢兆)가 있었난디
용꿈을 꾸었는 지라 하날이 내신 인연으로 생각하고
이면 (裏面)에 허락하였겄다
"도련님 육례 (六禮)는 못 이루나
혼서예장 (婚書禮狀) 사주단자 (四柱單子) 겸 (兼)하야
증서 (證書)나 한 장 써 주시오"
"글랑은 그리허게"
필연 (筆硯) 내 놓으니
도련님이 일필휘지 (一筆揮之) 하시되
<천장지구 (天長地久)는 해고석난 (海枯石欄)이요
천지신명 (天地神明)은 공증차맹 (共證此盟)이라
이몽룡 필서 (李夢龍 筆書)>
"자 이만 허면 되었지?"
춘향모 그 증서 간직허고"향단아 술상 차려 오너라"
술상 차려오니 술 한잔 씩 나눈 후에 술 한잔으로
도련님 춘향과 반분 (半分)으로 나눴구나
알심있는 춘향모 그 자리 오래 있을리가 있겠느냐
향단이 시켜 자리 보전한 연후에 건너방으로 건너가고
춘향은 도련님과 단둘이 월태화용 (月態花容)
그림같이 앉았으니 그 일이 어찌될 일이냐
그날 밤 정담 (情談)이야 서불진해 (書不盡解)요
언불진해 (言不盡解)로다
하루 이틀 오륙일이 넘어가니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럼은 훨씬 멀리 가고
정만 담뿍 들어 사랑가로 노니난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