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대목 (동편

박록주제)
(아니리) 강남 두견은 촉종지망세라. 백조들을 점고허는듸 미국 들어갔던 분홍제비, 독일 들어갔던 초록제비, 중원 나갔던 명매기, 만리 조선 나갔던 흥보제비 나오.
(중중모리) 흥보제비가 들어온다. 박흥보 제비가 들어온다. 부러진 다리가 봉통아지가 져서 전동거리고 들어와 예 제비 장수 호령을 허되, 너는 왜 다리가 봉통아지가 졌노? 흥보제비 여짜오되 소조가 아뢰리다. 소조가 아뢰리다. 만리 조선을 나가 태어나 소조 운수 불길허여 뚝 떨어져 대번에 다리가 짝각 부러져 거의 죽게 되었으나 어지 흥보씨를 만나 죽을 목숨이 살었으니 어찌 하면는 은혜를 갚소리까. 제발 덕분의 통촉허오.
(아니리) 그러기에 너의 부모가 내 영을 어기고 나가더니 그런 변을 당하였구나. 너는 명춘에 나갈 적에 출행날을 받어 줄 테이니 그 날 나가도록 해라. 삼동이 지나고 춘삼월이 방장커날, 하루난 흥보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만리 조선을 나오는듸 꼭 이렇게 나오든 것이었다.
(중중모리)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쪽 지척이요 동해창망 허구나 축융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논다. 황우토 황우탄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둥둥 울리며 어기야 어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이 아니냐. 수벽사명 양안테 불승청원 각비래라 날아오난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 물고 일점 이점이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아 아이냐. 백구 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허니 석양천이 거 있노라. 희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 이십오현 탄야월은 반죽까지 쉬어앉어 두견성을 화답허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대공에 강자류, 황학루를 올라가니 황학일거 불부반 백운천재 공유유라. 금릉을 지나여 주사촌 들어가 공숙창의 도리개라. 낙매화를 툭 쳐 무연의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나여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은 간 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칠성단이 빈 터요, 연조지간을 지내여 장성을 지나여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가 황극전에 올라 앉어 만호 장안 구경허고 정양문 내달아 천안문 지내 동간을 들어가니, 사. 미륵이 백이로다. 요동 칠백리를 순식간 지내여 압록강을 건너 의주를 다달아 영고탑 통군정 올라 앉어 안남산 밖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우령을 넘어 부산파발 환마고개 강동다리 건너 평양은 연광정 북벽루를 구경허고 대동강 장림을 지내 송도를 들어가 만월대 관덕정 박연폭포를 구경허고 임진강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 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천룡의 대원맥이 중령으로 흘리쳐 금화 금성 분개허고 춘당 영춘이 휘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 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번하고 풍속이 희희하야 만만세지 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 함양 두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박씨를 입에 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남대문밖 썩 내달아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나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나여 남태령 고개 넘어 두쭉지 옆에 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흥보 집을 당도. 안을 펄펄 날아들제 들보위에 올라 앉어 제비 말로 운다. 지지 지지 주지 주지 거지 연지 우지배요. 낙지 각지 절지 연지 은지 덕지 수지차로 함지 표지 내지배요. 빼드드드드
(중모리)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 반갑다 내 제비 어디를 갔다가 이제와 당상 당하 비거비래 편편이 노는 거동은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듯. 단산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 속으로 넘논듯 지곡 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간으로 넘노난듯 안으로 펄펄 날아들제. 흥보 보고 고이여겨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양각이 완연 오색 당사로 감은 흔적이 아리롱 아리롱 허니 어찌 아니가 내 제비.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이리 저리 거닐다 흥보 양주 앉은 앞에 뚝 떼그르르르르 떨쳐놓고 백운간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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