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이 약 구하러 가는 대목

박송희
(아니리) 이렇게 울다지쳐 비봉사몽간에 꿈을 꾸는디
(중모리) 백한림 현진이는 숙영낭자 살리려고 낭자의 유서와 부작이며 글 지은 것 가지고 천태산을 찾아갈 제 옥유동을 지내여 옥대간을 들어가니 옛집은 있다만은 주인은 어데 간고 그 산을 넘어가니 망망한 창해 강두에 빈 배하나 매었거날 그 배 위에 올라 앉어 부작내어 뱃머리에 붙여노니 바르기가 풍운 같다. 가는대로 노아가니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유로 나아들고 삼산에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온다. 양양연을 들어가니 어떠한 고운 처자 삼삼오오 베를 매고 채련곡을 노래한다. 동남으로 바라보니 창우산 높은 봉은 악양루 그 아니며 눈앞에 보이는 수풀은 소상반죽 아니냐 한곳을 당도하니 어떠한 늙은 어웅 일엽편주로 흘이처어 돗대치며 허는 소리 세상에 약도 많고 드는 칼도 많건만은 정 베일 칼이 없고 님 살릴 약이 없네. 님 살릴 약이 있는 곳에는 천태산 인가 하노메라. 한림이 반겨 듣고 저기 가는 저 노인네 천태산 가는 길이 어디쯤이니이까. 소리쳐 묻건마는 창랑가 어적소리 못들은 체허는구나. 한곳을 당도허니 물가운데 있는 산이 하날을 고였난듯 그 곳에 배를 매고 산에 올라 군담하되 이곳이 천태산인가 높은 산 험한 길을 정처없이 가노메라니 부용자각 행번가는 천태산도 같도 같다. 어떠한 두어동자 무슨 풀을 캐며 자리곡 노래한다. 한림이 반겨 물어 너희는 어데 살며 캐는 풀을 무엇이냐. 우리는 아침에 강한전에 조회하고 낮이면 구주산 차하동에 있사온데 사모님에 명령으로 숙영낭자 살리려고 반호행을 캐나이다. 말이 맞지 못하야 인홀불견 하였구나. 한림이 허망하야 무한히 생각할 제 풍편에 종경소리가 귀에 번뜻 들리거날 그곳을 찾아가니 조그마한 암자하나 별유천지 세계로다. 동문을 열고 들어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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