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군이 낭자 그리는 대목

박송희
(아니리) 깨고 본즉 꿈이라. 화상과 금동자 놓였거늘 성군이 괴히 여겨 금동자는 상 위에 앉히고 화상은 병풍 위에 걸어 두고 주야로 옆을 떠나지 않을 적에 이 때 각도 각읍 사람들은 이 소문을 듣고 성군집에 선녀가 갖다 준 신기한 보배가 있다 하고 제 각기 채단을 갖다 화상과 금동자 앞에 놓고 구경을 왔는디 구경이라기보다 제 각기 복을 비는 치성꾼들과 같았다. 백성군의 집은 형편이 점점 늘어 부유하게 되었으나 성군은 낭자를 사모하는 생각 골수에 박혔구나. 성군부모는 백가지 천가지 악을 써도 효험이 없어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적에 성군도 하루는 벽에 기대 앉어 자탄을 허는디
(중모리) 어쩔꺼나 어쩔꺼나 이 놈의 노릇을 어쩔꺼나 보고지고 보고지고 숙영낭자 보고지고 월영공산에 잔나비 울음소리 아낭산 노송정에 쌍비쌍쌍 저 뻐꾹새 소리 이리로 가면서 뻐꾹 뻐뻐꾹 저리로 가면서 뻐꾹 뻐뻐꾹 울음 우니 장부 간장이 다 녹는다. 식불감에 밥 못 먹고 진불인속 잠 못자니 이게 모두다 낭자 그린 탓이로구나. 앉어 생각 누워 생각, 생각 그칠 날이 전혀 없이 모진 간장불에 탄 들 어는 물로 이 불을 끌거나.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이 일을 장차 어쩔꺼나 혼자 앉어 탄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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