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궁 따라 가던 중 여우 만나는데

박양덕
아니리
어떻게 별주부가 말을 잘 해 놓았던지 토끼가 싹 도렸것다 하릴없이 수궁으로 따라 들어 가는디

중모리
자라는 앞에서 앙금앙금 토끼는 위에서 깡충깡충 원로수변을 내려갈 제 건너 산 바위틈에 여우란 놈이 나 앉으며, 여봐라 토끼야 와야 너 더이 가느냐 나 수궁 간다 너 수궁은 무엇 하러 가는냐 나 별주부 따라서 벼슬 하러간다 허허 자식 실없는 놈 불쌍타 저 퇴공아 녹녹한 네 마음 알려 무엇하랴마는 고인이 이르기를 토사호라 허였으니 너와 나와 이 산중에 안면을 길들이고 임천에 같이 놀아 풍월로 벗을 삼고 비오고 안개 낀 날 바자취 서로 찾어 동기삼아 동기상통일시 이별을 맞았더니 저 지경이 웬일이냐 옛 말을 못 들었나 칼 잘 쓰는 위인 형가 역수한파 슬픈 소리 장사일거 못 허고 천추원한 초회왕도 진무관에 한 번 가서 다시 오지를 못 하였구나 가지 마라 가지 마라 수궁이라 허는데는 한 번 가면 다시 못 오느리라 위방불입 난방불거하니 수궁 길을 가지 마라

아니리
“여보시오, 별주부 우리 여우 사촌 아니었더라면 큰일날 뻔했오 나는 정말 모 가겄오” 별주부 기가 막혀 “올테면 오고 말 테면 마시오 마는 저 여우란 놈 심술을 알고도 그러시오 먹을 것이 있으면 지가 앞장을 서고 죽을 데가 있으면 퇴서방을 앞을 세울 것이고 더군다나 내일 아침 김포수 날랜 총알 꾸르르르 꽝” “허 그 꽝소리는 빼래두 그런다 그렇다고 안 갈 수 있고 그런디 여기서 수국이 얼마나 되지오” 자라가 다시 귀변을 내 놓는디

중모리
수국천리 머다마소 맹자도 불원천리 양혜와을 가 보았고 위수어부 강태공도 문왕따라 입주를 허고 환귀도창 촉도난는 황면장군 한신이도 소하따라 한중가서 대장단에 올랐으니 토서방도 나를 따라서 우리 수국을 들어가면 좋은 벼슬을 할 것이니 염려 말고 따라 갑세 그러며는 갑세 강상을 바라보니 뒤융뒤융 떴난 배는 한가한 초강어부 풍월 실러 가는 밴지, 십리장강 벽파상에 왕래를 허든 거룻밴지 오호상연월 속에 범상공 노던 밴지 동강 칠리탄 엄자릉의 낚시 밴지 양양 창파노니난디 쌍쌍백구 난 줄이 떴네 소소추풍 양안귀는 슬피 우는 저 기럭아 네 어디로 행하느냐 소상으로 가랴느냐 동정으로 가려느냐 가지 말고 게 잠깐 머물러 나의 한 말을 듣고 가거라 백운청산 놀던 토끼가 수궁천리 내가 들어가는라고 우리 벗님 앵무전에 그 말 조금 부디 전하여라 잔말을 허고 내려갈 제 그 날사 말고 풍일이 사나와 물결이 워르르르르르르 출렁 뒤뚱거려 흘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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