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일기

유리상자
새벽 공기를 가르며 날으는
새들의 날개 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 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 속을 달려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저 지친 어깨 위에
시장 어귀의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의 마른 이마 위에
공원 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 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에 홀로 서 있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수 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 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러만 가는
저 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사랑해요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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