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오후

11월
나른한 오후 방 안에 앉아
사랑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연필을 쥐고 한 글자 한 글자
마음속에서 난 꺼내어본다
어제 나눴던 우리의 말들에
살아왔던 지난 몇 해가 기억나
아니라고만 나는 아니라 말하며
지내온 건 아닌지
모른다 멀어지는데 내 마음 조차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면서
뒷걸음 뒷걸음질하며
멀어져만 갔던 내 모습이
기억나 버렸다

따가운 햇살 등에 지고서
사랑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벽에 기대어 노트를 펴고
지그시 난 눈을 감아본다
어제 불렀던 노래 생각에
외로웠던 지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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