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던 동구 밖에 빛은 사라지고
아지랭이 피어나는데
봄이 오면 온다 하던 그 사람은 오고 있나
어드메쯤 오고 있을까
지난 겨울 들판에서 불 장난을 하던 그가
봄이 되자 왜 떠났을까
무슨 설움 복받쳐서 타박 타박 떠나갔나
연 날리던 그 길 떠났나
긴 겨울 하늘엔 매만 날고
쓸쓸한 빈 들에는 바람이 불어
아이들이 연 날리던 동구 밖에 내가 섰네
봄이 오는 소리 들으며
어드메쯤 오고 있을 그 사람을 기다리네
마을 길엔 해가 저무네
(1974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