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가운데서

정태춘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들가에, 저 들가에 눈 내리기 전에
그 외딴 집 굴뚝 위로 흰 연기 오르니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그 아이네 집 하늘로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저 먼 산에, 저 먼산에 달 떠오르기 전에
아이는 자전거 타고 산 쪽으로 가는데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저 어스름 동산으로

바람아 너는 어딨니, 내 연을 날려줘
저 하늘 끝, 저 하늘 끝 가보고 싶은 땅
얼레는 끝없이 돌고, 또 돌아도 그 자리
바람아 내 연을 날려줘
들판 건너 산을 넘어

--  [들 가운데서]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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