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윤종신


대학 2년째 모든게 뜻대로 안됐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았어

널 처음 만난 건 89년 여름 방학 때

나의 눈엔 니가 동화속 공주처럼 보일 정도로 예뻤어

만나달라고 그렇게 졸라대 봤지만 어김없이

약속이 있다는 너의 얘기

화도 났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았지

언젠가 니가 나에게 넘어올 거라는 걸 난 꼭 믿었어

어느 늦은 겨울밤 잔뜩 술에 취해 아무 계획도 없이

너의 집 찾아갔지 눈이 내린 그 골목길 가로등불 아래

불꺼진 너의 창문을 한참동안 바라봤어

이런것이 사랑일까 웃음 지으면서

희뿌연 새벽 아침을 이렇게 지키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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