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태춘

지나가 버린 과거의 기억 속에서
우리는 무얼 얻나
노래 부르는 시인의 입을 통해서
우리는 무얼 얻나

모두 알고 있는 과오가 되풀이 되고
항상 방황하는 마음 가눌 길 없는데
사랑은 거리에서 떠돌고
운명은 약속하질 않는데

소리도 없이 스치는 바람 속에서
우리는 무얼 듣나
저녁 하늘에 번지는 노을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오늘은 또 순간처럼 우리 곁을 떠나고
또 오는 그 하루를 잠시 멈추게 할 수도 없는데
시간은 영원속에서 돌고
우리 곁엔 영원한게 없는데

부슬부슬 내리는 밤비 속에서
우리는 무얼 듣나
빗소리에 무거운 어둠 속에서
우리는 무얼 느끼나

(1983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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