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사계의 바퀴
다시 옷깃 여미는 우수의 계절에
떨어지는 오동 나무잎에 묻히듯
나는 추억의 늪에 빠져
벽이 없는 우물같은 하늘
그 하늘에 당신의 두레박 줄 늘여
내 생명의 샘물 길어 올려 주면
내 마른 목 줄기 적실 것을
빈 두레박 홀연히 떠 올라
나의 적수공권에 쥐어지면
우물 속엔 해와 달과 별이 차갑게 흐르고
생과 사의 거친 모래알 씻어주는
맑은 시냇물처럼
내 여윈 얼굴 위론
하얀 은하수만 어지러이 여울져
찬 물 한 그릇 대접 못한
그리운 내 아버지 모습인냥
이 계절에 나의 우물 속으로 찾아오는
고귀한 피와 살과 뼈의 손님과
아--- 서러운 가을 바람
(1977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