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모아 기다린 비 몹시 내리고
강마을의 아이들 집에 들어 앉으면
흰 모래 강변은 큰 물에 잠기고
말뚝에 매인 나룻배만 심난해지는데
강 건너 사공은 낮꿈에 취하여
사납게 흐르는 물 소리도 못 듣는구나
푸르르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어수선한 바람이 술렁거리면
산길에 들길에 빗줄기 몰고
반갑쟎은 손님 오듯 장마가 온다
아, 머슴 녀석은 소 팔러 가서
장마 핑계에 대포 한 잔 더 하겠구나
아침결엔 덥더니 저녁 되니 비 온다
여름 날씨 변덕을 누군들 모르랴
목탁에 회심곡에 시주 왔던 스님은
어느 인가 없는 곳에서 이 비를 만나나
저 암자 동자승은 소처럼 뛰는데
늘어진 바랑 주머니가 웬수로구나
(197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