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처음 눈이 내리니
사랑스러워 손에 쥐고 싶습니다
밝은 창가 고요한 책상에 앉아
향을 피우고 책을 보십니까
딸아이 노는 양을 보십니까
창가 소나무 가지에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였는데
그대를 생각하다
그저 좋아서 웃습니다
마음에 맺힌 사람아
어느 때나 다시 볼까
무엇을 이루자고
우리 이다지 분주하여
그리운 정일랑
가슴에 묻어만 두고
무심한 세월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흘러 흘러만 가는가
산창에 눈 쌓이니
사람을 그리는 맘도
깊어만 지는데
책을 덮고 말없이 앉아
솔바람에 귀 기울이다
그대를 생각하고
그저 좋아서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