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화리의 봄

김상중
봄이 와도 봄이 온다 말을 못 하고
동장군이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해가 떠도 해가 뜬다 말을 못 하고
밤바다가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에헤에야 어허어야
사립문을 열어두시오
에헤에야 어허어야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봄이 와도 봄이 온다 말을 못 하고
동장군이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해가 떠도 해가 뜬다 말을 못 하고
밤바다가 노할까 숨죽여 웃는다
님 찾아 떠돌던 새는 우지를 않고
산등성이 어드메 밤새 헤매인다
손에 손을 이어 잡고 꽃놀이 가자
동장군이 물러가고 봄이 온단다
에헤에야 어허어야
사립문을 열어두시오
에헤에야 어허어야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피눈물 흘리던 날이
그 얼마나 많았소
기나긴 새벽을 꼬박 지새운 날이
아픈 가슴 치던 날이
그 얼마나 많았소
홀로이 걷는 걸음이 아닐 것이니
에헤에야 어허어야
사립문을 열어두시오
에헤에야 어허어야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에헤에야 어허어야
사립문을 열어두시오
에헤에야 어허어야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칼바람이 멎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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