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코끼리


아홉색깔 무지개가 있던
아주 먼 옛날에

달도 두 개 해도 두 개
반짝이는 별도 없던 시절

화창한 어느 봄날에
코가 길던 독수리가

날개 달린 코끼리를 찾아와서
부탁하는 말이

날고 싶은데 나는 날개가 없어
멋진 그 날개를 딱 하루만

나에게 빌려주렴 오오
맘 착한 코끼린 날개 빌려주고

매일 매일 기다렸어
하지만 해가 다가도록

독수린 나타나질 않아
불쌍한 우리의 슬픈 코끼리는

그날 이후로 그랬어
독수리가 주고갔던 그 코가 손아래

내가 그녈 만날 때도
아낌없이 다 주었지

순수했던 내 사랑을 그녀가 가져갔어
불쌍한 우리의 슬픈 코끼리는

그날 이후로 그랬어
그 여자가 주고간 건 동화책 한 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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