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몽

오복녀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이내 한말 들어보소 이수일을 배반하고 김중배를 따라가는 심순애를 아시는가 금강석에 눈이 어두워 참사랑을 잊었으니 그 마음이 좋은손가 돈이야 귀하구나 돈이야 천하구나 못쓸곳에 쓰는 돈과 못받을데 받는 돈은 비루 하기가 짝이 없고 쓸곳에 쓰는 돈과 받을 데에 받는 돈은 떳떳하기가 일월 같소 돈으로 사랑사고 사랑으로 돈을구해 진정을 잊었으니 그 마음이 좋을손가 김중배는 양양불로 심순애는 녹심처녀 가이 없다. 이수일이 돈 없어 사랑잃고 돈 없는 그몸되니 금색 야차가 참혹하구나 애지중지 금지옥엽 목숨같이 사랑하던 심순애는 남의 아내가 되었으니 생각사록 원통키는 대동강변 이별이라 청류벽 명월하에 울며불며 생 이별의 눈물은 비옷듯이 원 념은 불빛같이 강심에 어린달빛 이별사를 아뢰는듯 옷깃잡은 심순애를 엄연히 떨치면서 순애야 말듣거라 외국 유학이 아무리 좋다한들 조강지처 돈에팔어 공부 할내 아니로다 팔자에 없는 돈 운수에 없는 학업 한문 한들 소용있나 이수일이가 녹녹한가 그래도 대장부라 학교만 졸업하면 너 하나야 못먹이고 너하나야 못 입히랴 허영에 눈이 어두워 마음이흐렸으니 정신 한번 가다듬어 생각하여 뿌리치는 수일 손목 와드드득 부여잡고 심순애가 울며 하는말이 가세가 전빈하고 부모는 늙으시고 아들없는 외딸이니 군색인들 오죽하리요 김중배가 이른말이 족하평생 시켜주고 당신을 외국유학시켜 준다기에 오늘일이 된일이니 한번 용서를 못 하시겠오 더럽다 매춘부야 천금일신 중한네몸 돈받고 파는네꼴 차마 못보겠다 몸도 하나 마음도 하나 여자의 귀한 것은 절개가 으뜸인데 한 몸으로 두 남편을 어이 섬긴단 말가 돈이야 돈돈 돈좋단말 들었건만 이리 좋은줄 나 모랐구나 청천에 밝은 달빛 너는 내 마음을 알리로다 순애야 순애야 김중배의 노리개야 돈에 팔린 살덩이야 살앗어도 산송장아 부디 편안히 잘있거라(언제나 언제나 참 사랑맞나 이세상 백년을 잘 살아본단 말이요 생각사록 잊고 버릴 날없어서 나 어이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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