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 꺼지겠지
소원을 다 빌면은
웃는 얼굴로 말을 하겠지
정말 고맙다고
초가 다 꺼져도
불은 켜지 말아 줘
이루지 못할 소원 같은 건
먼지와 함께 날려보내게
내가 갖고 싶은 건
아무도 안 가져온 것 같아
그럴수록 더욱 짙어져 그리움
오늘이 지나면
또 일 년을 써서
늘 그렇듯
아무 일 없는 듯 빌어
생일소원
표정이 안좋단 말을
매일 들어
증명이라도 하듯
거울 속의 난 웃음이 줄어
내게 물어
갖고 싶은 게 뭐냐고
음 딱히 없다고
멋쩍게 애꿎은
뒷머리만 쓸어
뭐 부족함 없이
살고 있어
내 표정이 그리도 안 좋았던
이유를 애써
찾아보자면
내가 갖지 못한 너
하나라는 진실은
속으로만 말했어
내 생일이니까
기쁜 날이니까
딱 하루만큼은
웃어 봐야지
어두운 얼굴은
다 꺼진 초 뒤에
감춰 봐야지
허공에 읊조린 소원은
공기 사이에
한 번 존재하지도 않은 듯
뿌옇게 사라지네
그동안 빈 소원들이
누군가의 귀에 닿았다면
그는 내 행복을
바라지 않네
초가 꺼지겠지
소원을 다 빌면은
웃는 얼굴로 말을 하겠지
정말 고맙다고
내가 갖고 싶은 건
아무도 안 가져온 것 같아
그럴수록 더욱 짙어져 그리움
오늘이 지나면
또 일 년을 써서
늘 그렇듯
아무 일 없는 듯 빌어
생일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