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바람 불면

허각


그때 그 바람이 분다
술 한잔 생각이 난다
내게 사랑을 데려오고
사랑을 데려간 그 바람이 분다
너를 느낄 수 있을까
몸을 맡겨본다
손을 잡고 걸어가던
가로수 푸르던 이 길
이젠 차가운 눈꽃 위로
추억만 남아 흩어져 날린다
아련히 남은 흔적들
사이로 다시 바람이
불어온다
슬픈 계절의 기억되어
또 아파온다
부서져 내린 눈꽃처럼
잔인하게 변해간
이 거리에 나 홀로서
다시 널 데려올까
그 바람을 나는 또 기다린다
사랑을 잘 몰랐기에
이별에도 우매했던 만큼
너 힘든 눈물에도
위로가 못됐어 그게 참 아프다
그리움이 커질수록
깊어져 가는 후회가
불어온다
슬픈 계절의 기억되어
또 아파온다
부서져 내린 눈꽃처럼
잔인하게 변해간
이 거리에 나 홀로서
다시 널 데려올까
그 바람을 나는 또 기다린다
술에 취한 것인지
아린 바람 탓인지
떠올리려 하면 더
눈앞은 흐려진다
너를 미친 듯 불러본다
이 바람에 실려서 전해질까
사랑한다
의미 잃은 그 말을 이제
내어본다
나지막이 긴 한숨으로
여전히 싸늘한
시간 속에 서있는 나
오늘도 그때처럼
그 바람을 나는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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