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서 [시나브로]

정태춘


어두운 밤 하늘에
가득 덮힌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 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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