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빙선

피콕 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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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하게 갈라진
너의 균열 안에서
내가 멈춰서 있어
갈 곳을 잃은 채

허무할 만큼 크게
나를 웃돌던 시간
그마저도 영원히
얼어버린 듯해

말없이 마주보던
커다란 빙산처럼
우린 변명도 없이
얼어붙어가고 있어

흉터처럼 갈라진
너의 균열 안에서
새어나오고 있어
함께한 밤들이

가라앉아 버릴 듯
무거운 네 호흡이
차갑게 나를 밀어
떠내려갈듯해

말없이 마주보던
우린 멈춰서 있어
커다란 파도처럼
아침이 밝아온대도

난 나아가야 해
저 어두운 길로
네가 없어도
너를 껴안고

난 나아가야 해
저 거친 곳으로
떠나가야 해
네게서

난 너를 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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