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 (시인: 박두진)

최재균


♠  성산포

- 이생진  詩

-수많은 태양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이건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솟는다고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 밖에 없다고 착각해온 해를 보라.

- 色盲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순 없다.

- 감탄사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 술에 취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 水平線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였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기웠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 적은 없었다.

- 보고 싶은 것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감으면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 낮에서 밤으로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없이 해를 본다.
아무생각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 외로움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 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릴 차내 버린다.
사슴이 산속으로 산속으로 밤을 피해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밤을 피해간다.

- 풍요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로움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 가운데 生命을 빠뜨릴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구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 生 死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生과 死가 손을 놓지 않아서 서로가 떨어질순 없다.

- 넋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하는 것들의 꽃.
지금은 시세워 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 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지금 꽃으로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서글픈데. 물이여.
너 물 떠나면 또 무엇을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더나 매 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넋.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 한 모금의 바다
어망에 끼였던 바다도 빠져나오고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나오고.
갈매기가 들어갔던 바다도 빠져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바다도 빠져나와 한 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 만년. 길어서 싫다

- 사람이 꽃 되고
꽃이 사람 된다면 바다는 서슴치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 토끼가 물에 산다면 가죽을 훨훨 벗고 물에 뛰어 들겠지.
그런데 태어난 대로 대어난 자리에서 산신께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께 빌다가 세월에 간다.

- 설교하는 바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도 더 단단 한 바다. 꽃 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도 바다가 더 잘 산다.

- 저 세상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그리운 바다 城山浦>는 총81편으로 된 장시이다. 여기서는 15편을 발췌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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