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마저 날린 사람

개구장애


사람들은 모두
1+1= 2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을 했다
1+1은 바다이거나 꽃이나
바람일수도 있다고
그런 나를 비웃으며
사람들은 내게 말했다
1+1은 1도 아닌 3도 아닌
단지 2일 뿐이라고

실습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많은 사람들
그 사이로 살며시 눈 뜬
몸통 날린 사람이 거기 있었지
열심히 앞 뒤로
왔다갔다 하는 톱은
그의 머릴 괴롭히고 있었지만
그래도 눈을 살며시 뜨고
군소리 하나 없이 가만히 있었지

이번엔 비스듬히 놓고 자르니
코는 바닥에 일그러지고
쩍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가 열렸어
쉬지 않고 다시 톱을 들고
그의 머리를 반으로
몸통 날렸던 사람은 마침내
반쪽마저 날린 사람이
돼가고 있었어
반쪽마저 날린 사람을 받고서
많은 사람들은 메스를 들었어
어느새 나 역시 무언가를
도려내면서 메스꺼운 속을 느꼈어
실습실 테이블 위엔
그의 살점들이 이리저리 조각나
뒹굴고 있었기에
내일 모레가 조카
백일 잔치라는 것이
문득 생각이 났어
반쪽마저 날린 사람도
백일잔치를 했을까
백일잔치 혹시 안 했다면
돌잔치는 했을까
돌잔치마저 안 했다면
여지껏 생일잔치
한번쯤은 치뤘을 거야
반쪽마저 날린 사람을 낳을 때
그도 크게 울며 태어났을거야
그리고 하이얀
보드라운 살을 보이며
빨간 탯줄 끊기었을 때
이렇게 거무티티한
자신의 살점들이
이리저리 조각나
뒹굴 줄 알았을까
전쟁동안 살려고
버둥거리기도 했겠지
결혼을 했다면 자식도 보고
한번이라도 웃어보고 울어보고
행복과 슬픔도 느꼈을거야
지금의 나처럼 삶에 대한
고민들도 했겠지
비록 지금 나에겐

언제부터인가 나는 1+1이 바다라고
꿈꾸던 시절을 날려보냈다
그리고 꽃이 될 수 있다는 바람도
바람이 될 수 있다던 바람마저도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그의 살점들을 볼 때마다
나는 저기 누워 있는 사람이
하나씩 꿈을 잃어가고 있는
내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날 지켜주던 수많은 꿈들을
모두 날려버린 지금의 난
다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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