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몽돌
땅덩이가 끓어오를 때 튕겨나와
억겁의 세월을 씻기고 쓸려
이렇게 동글넓적하게 생겼다
내가 원한 건 아니지만
세월이 날 이렇게 만들었다
덕분에 정 맞을 일 없어 좋다
난 서지를 못해
담벼락을 쌓지 못하지만
하루살이 인간이 무시하면
발부리를 걸어버릴 수도 있다
당하지 않으려면 고개를 숙여라
외로운 해변에서
거센 폭풍이 덮치고
세찬 파도가 밀려와
쉴 새 없이 치고 때려도
나는 저항하지 않고
묵묵히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난 입이 없지만
그래서 오래 산다
욕을 해도 침을 뱉어도 화낼 줄 몰라
그래서 오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