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리]
사또 들으시고,
“그 년의 본바탕이 모두 독물의 딸년이로구나. 저 년 속히 몰아내라.”
춘향모 등 밀려 나온 후, 교방청 여러 기생들이 춘향이가 죽었단 말을 듣고 들어가는디,
[중중모리]
여러 기생들이 들어온다. 여러 기생들이 들어온다. 행수 기생이 들어오며,
“여보소 이 사람들아, 죽었다네 죽었어.”
“죽다니 누가 죽어요?”“춘향이가 매를 맞고 생죽엄을 당허였다네.”
“아이고 이제 웬 말이요. 춘향이가 죽다니. 불쌍허고 아까워라. 새앙을 갈고 청심환 갈어라, 어서 가고 자주 가자.”
끼리끼리 짝을 지어 들어오며 항렬을 찾어 부르는디,
“아이고 동생, 아이고 형님, 아이고 아주머니,”
또 어떤 기생은 추세를 따러 부르는디,
“아이고 서울 삼청동 동생. 이 죽엄이 웬일인가? 어머니 신세는 어쩔라고 생죽엄을 당허였는가?”
이리 한참 울더니마는 벌떡 일어서 춤을 추며 노래헌다.
“얼씨구나 좋네. 얼씨구나 잔이 좋네.”
여러 기생들이 어이없어,
“아이고, 저 년 미쳤구나. 춘향과 너와 무슨 혐의 있어 생죽엄을 당허였는디, 춤 출 일이 웬일이냐?”
“자네들이 몰랐네. 자네들이 내 속 몰랐어. 진주 기생 논개 부인 평양 기생 월향 부인 충렬문에 모셔있고, 청주 기생 화월부인 삼충각에 올라있고, 안동 기생 일지홍씨 산 열녀문을 세워있어, 천추 유전을 허것마는, 남원 같은 대모관에 우리 몸이 기생되어 쓸데없이 되었더니 이제 춘향 열녀나서 교방청의 문을 짓고, 노방청의 현판 붙어, 천추 유전을 헐 것이니, 이런 경사가 어디가 있느냐? 얼씨구 얼씨구, 잔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