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하늘을 바라본다
소나기 한줄기 내렸으면 하는 눈치다
그러나 하늘은 맑기만 하다
매미는 연신 뜨거운 울음을 뱉어낸다
잠자리는 즐겁게 하늘을 날아다닌다
할머니는 우는 손자를 달래주려고
느티나무 밑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늘과 놀기 시작했다
손자는 그늘을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그늘은 할머니의 주름 구석구석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었다
이따금 가지에 얹혔던 실바람이 내려와
할머니의 굽은 어깨를 만져주었다
햇볕은 느티나무 주위를 빙 둘러서서
그늘 속으로 들어오려고 애를 썼다
해가 산 넘어 갈 무렵
할머니는 어깨의 그늘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느티나무는 40년 전에 할머니가 심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