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대가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게요
난 그대를 앓았던 그 기억에 남아있을래요
한참 동안 숨죽여 내 입을 꿰매어도
사무치는 마음을 어쩔 수 없어요
온종일 텅 비었던 두 팔을 열어놔도
몇 날 쯤에 기어코 다 게워낼까요
난 어떤 모습으로 그대를 마주해야 하나요
메아리치지 않는 말들을 또 쏟아내려나
아 그대는 내가 누군지도 알 수가 없는 걸요
난 혼자서 모든 마음들을 다 견뎌내버리겠지
난 그대가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게요
난 그대를 앓았던 그 기억에 남아있을래요
아 그대는 내가 누군지도 알아채지 못하고
난 혼자서 모든 마음들을 다 견뎌내버리겠지
잠깐 동안이라도
나를 낫게 해줘요
아주 긴 밤을
지새며 앓고 있어요
그대가 남겨두고 간
말들을 헤집어서
겨우내 읽어내도
난 혼자 됩니다
난 그대가 있었던 그 자리에 있을게요
난 그대를 앓았던 그 기억에 남아있을래요
난 그대가 지났던 그 곳에서 서있어요
봄바람이 불어도 꽃은 피지 않는 걸요